[망중한] "그 어떤 병원보다도 좋았다"
- 제민일보 2025.3.12. 16:55

국가 의료 시스템은 견고하고 세밀하게 구축돼야 하며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전 국민 의료보험 체계 속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 절차 없이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 확대가 발표된 이후 '응급실 뺑뺑이'는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될 만큼 '아프면 안 된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로 돌변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예고하는 조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지난달 중에 작년도 사업실적과 결산을 보고하는 이사회와 총회를 연이어 마쳤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만족할 만한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5가지 이상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퇴직 간호사가 방문해 약물 복용과 관리 방법을 지도하면서 안부를 살피는 'JDC와 함께하는 제주지역 다제 약물 복용자의 건강권 회복을 위한 팜케어 매니저 사업' 성과가 유독 눈에 띄었다.
퇴직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 약학대학생, 제약회사의 협업으로 약물 과다복용과 오남용을 예방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 요소를 줄이고 약품 폐기 과정에서 환경보호, 가정방문을 통한 사회적 돌봄, 일자리 창출, 제약회사의 사회공헌 활동 유도, 중복 또는 충돌 소지가 있는 약물이 처방되지 않도록 스마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한 퇴직 간호사는 "복용기한이 지난 약을 보관했다가 드시는 경우, 처방받은 약을 한 통에 섞어 보관하는 경우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확인해 보니 사업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른 간호사는 "처음에는 차갑게 대하던 어르신들이 나중에는 그 어떤 병원보다도 좋았다고 할 만큼 어르신들의 건강과 돌봄을 위해 의미 있게 추진된 사업에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제주에서 올해 7월부터 전국 최초로 '건강 주치의' 시범 사업이 시작된다. 국가적 의료위기 속에서도 도민의 건강을 위해 추진되는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추진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미 그 필요성과 효과성이 검증된 다제 약물 복용자 관리 체계도 이 사업에 포함돼 내실 있는 지역 의료체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제민일보(https://www.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