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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기사 돌봄의 재발견,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

  • 작성자 : 부서연
  • 등록일 : 2025-05-26
  • 조회수 : 65

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 세미나 성료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기자 2025.05.24

지난 22일, 루트임팩트 DEI 이니셔티브 팀이 준비한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그동안 주로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져 온 보이지 않는 돌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조직과 사회가 그 책임을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크게 세션 3개로 구성돼 개인이 처한 돌봄 책임의 현실, 돌봄과 일터 사이에서의 분투, 그리고 구성원의 돌봄을 포용하는 조직의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기조연설에 나선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마주한 돌봄 위기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 문제’로 해석하고, 다음과 같은 데이터와 통찰을 공유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이 기조연설에서 돌봄을 위한 조직의 책무와 이를 포용하는 문화 혁신의 중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전했다. /제공=루트임팩트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이 기조연설에서 돌봄을 위한 조직의 책무와 이를 포용하는 문화 혁신의 중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전했다. /제공=루트임팩트

“지난 60년간 한국의 1인당 GDP는 374배 증가했고, 기대수명은 29.1세 늘었다. 물질적 풍요는 커졌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망설이는 청년들의 비율도 함께 늘었다”며 이같은 압축 성장의 결과로 가족과 돌봄의 구조가 급격히 변화했음을 강조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23년 상반기 취업자 증가분의 92.5%가 여성일 정도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력단절의 위협과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허 원장은 “이제 돌봄은 단지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필수 요소”라며, 단편적 지원보다는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과 같은 구조적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 소멸 문제와 돌봄의 연결성도 제기했다. 그는 “서울 등 대도시에만 기반시설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스타트업과 장인공동체 같은 새로운 지역 거점과 네트워크가 돌봄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제는 조직에서 한 아이를 함께 돌봐야 한다”며, 돌봄을 위한 조직의 책무와 이를 포용하는 문화 혁신의 중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전했다.

가족 내 숨겨진 돌봄자가 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사회 약자로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의 돌봄 경험이 조명됐다.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오현아 활동가는 “가족 내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영케어러’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밖의 돌봄 노동 실태를 알렸다.

이어서 도토리마을방과후 장영진 교사는 지역사회에서 방과후 돌봄을 실천하며,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사는 “학교 밖 방과후 활동이 지역사회 돌봄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음에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특히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서의 돌봄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마을 교사가 지역 아동들의 안전과 성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도토리마을방과후 장영진 교사는 지역사회에서 방과후 돌봄을 실천하며,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도토리마을방과후 장영진 교사는 지역사회에서 방과후 돌봄을 실천하며,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도토리마을방과후와 같이 작은 조직에서 시작한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장영진 교사의 사례는 돌봄이 단순한 개인의 책임을 넘어, 공동체와 조직이 함께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다. 

그는 끝으로 “아이들을 그저 누군가 돌봐야 할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하나의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하고, 서로 돌보고 배우는 삶 그 자체를 경험하는 것으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돌봄의 숨겨진 가치, 돌봄 경험이 가르쳐 준 것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광운대학교 임혜빈 교수는 450명의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대부분의 워킹맘이 워킹대디보다 훨씬 큰 ‘양육 죄책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력 몰입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광운대학교 임혜빈 교수는 450명의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일하는 여성이 더 많이 느끼는 ‘양육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광운대학교 임혜빈 교수는 450명의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일하는 여성이 더 많이 느끼는 ‘양육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이 연구에 따르면, 자녀 수, 근무 시간, 자원관리 가능성(자율성과 유연성)에 따라 일-가정 갈등이 달라지며, 특히 자율적인 업무 조절이 가능한 조직에서는 갈등이 줄고 커리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양상이 보였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수란 교수는 이공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탐욕적 일환경(Greedy Work)’이 이들에게 극심한 부모 역할 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직 여성일수록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돌봄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여전히 고착되어 있다”며,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수란 교수는 일하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과 돌봄의 양립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수란 교수는 일하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과 돌봄의 양립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공=루트임팩트

즉, 돌봄을 단지 한 개인, 여성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공동체와 조직 차원에서 함께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돌봄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조직으로 나아갈 때, 내부에서 어떤 저항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함께 짚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돌보는 조직의 힘, 돌봄 문화 상상해 보기

세 번째 세션에서는 돌봄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는 조직의 실제 사례들이 공유됐다. 특히 자원 제약 속에서도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루트임팩트의 DEI 이니셔티브 정정은 매니저는 ‘모두의숲’ 직장어린이집 사례를 소개하며, “작은 조직도 돌보는 조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숲’은 성수동 소셜벤처벨리와 하나금융그룹이 협력해 설립한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으로, 19개 임팩트 조직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된다. 주로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소규모 조직이 함께 참여하여 시설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관련 기사☞루트임팩트, 하나금융그룹과 공동직장 어린이집 후원 계약 연장).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시간대를 아우르며, 석식 제공도 가능하다. 교사 1인당 아동 수는 최대 5명 이하로 유지되며, 아이별 특성과 발달을 기록하는 체계적 교육 방식이 도입됐다. 부모 참여 또한 강조되어 운영위원회와 부모 교육을 통해 상호 연계가 가능하다.

정 매니저는 “우리는 ‘돌봄’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닌 조직의 중심 가치로 보고 있으며, 포용적인 조직문화의 핵심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돌봄의 실천이 단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루트임팩트 정정은 매니저, 패스트파이브 조수현 그룹장, 토스 이지혜 매니저, 세 사람은 각자 발표 후에 ‘작은 조직도 돌보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제공=루트임팩트
사진은 왼쪽부터 루트임팩트 정정은 매니저, 패스트파이브 조수현 그룹장, 토스 이지혜 매니저, 세 사람은 각자 발표 후에 ‘작은 조직도 돌보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제공=루트임팩트

패스트파이브 조수현 공간서비스그룹장과 토스 이지혜 베네핏 매니저 역시 각자의 조직에서 유연근무제, 가족친화제도, 직장 내 부모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돌봄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직원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는 곧 조직의 성과로 이어진다”며 기업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제 우리는 ‘돌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돌봄은 특정한 사람, 특정한 역할에만 부여된 의무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눠야 할 책임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부모이기 때문에, 혹은 전업이기 때문에 돌봄을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누구나 돌보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돌봄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포용적인 조직이라면, 그 안에 ‘돌봄’이 있어야 한다. 이는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의 문제이며, 사회적 신뢰를 쌓는 기본 조건이다. 돌봄이 업무의 경력이 되도록, 돌봄이 경력의 단절이 되지 않도록, 조직과 정책은 더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 조직은 ‘서로’ 돌보고 있는가? 우리는 기꺼이 ‘함께’ 돌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가? 돌봄은 더 이상 조직과 사회에서 분리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여야 한다.

 
출처 소셜임팩트뉴스 https://www.socialimpact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896